주의사항!
본 리뷰는 코믹스 플래닛 헐크, 월드워 헐크, 하우스 오브 엠, NEW52 배트맨엔 투페이스, 에메랄드 트와일라잇, 영화 설국열차의 스포일러를 다소 포함하고 있습니다. 스포일러를 신경 쓰지 않는 분이 아니시면 먼저 해당 작품을 보고 이 포스팅을 보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마블 코믹스에서 필자가 제일 처음 접한 작품 중 하나가 바로 월드 워 헐크이다. 월드 워 헐크는 그 자체로 헐크와 영웅들의 싸움 자체만으로도 괜찮은 작품이지만 이 작품이 플래닛 헐크의 결과라는 것에서는 좀 아쉽다. 플래닛 헐크는 여러 가지 사회적 문제점을 다루면서 그에 맞는 훌륭한 작화와 조금 용두사미식 전개의 그렉 박의 스토리에서 용두 부분을 다루기에 훌륭하다고 할 수 있다. 또한 마블 코믹스에 대한 기초적인 지식이 없어서도 부담 없이 볼 수 있는 작품이기에 좋다고 할 수도 있다.(혹시 마블 코믹스 입문하고 싶으며 헐크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플래닛 헐크를 강력히 추천한다.) 결론적으로 이 헐크 시리즈는 좋은 출발이었으나 끝이 조금 아쉬운 결말이 되었다.
하우스 오브 엠 같은 경우 월드워 헐크와 달리 시작이라고 볼 수 있다. 스칼렛 위치의 저주받은 한마디로 인하여 전 세계의 대부분의 뮤턴트가 멸종되고 이후 메시아 3부작 및 다른 작품에서 뮤턴트들이 생고생을 하게 되는 초석을 마련해주는 작품이다. 물론 캐릭터의 능력 변화 및 죽음에는 항상 불만이 많이 나오므로 아이스맨과 같은 네임드 캐릭터들도 능력을 잃게 되었으며 스칼렛 위치를 상당히 문제적으로 묘사해 놓았기에 말이 많았던 작품이지만 결국은 메시아 3부작으로 다시 화려하게 끝을 내린 작품이기도 하다.
이렇든 하우스 오브 엠이랑 월드워 헐크는 둘다 문제의 소지가 있는 작품이지만 둘이 시리즈 전개상 차지하는 위치가 전혀 다르다. 월드워 헐크는 일련의 사건의 결말과 같은 위치에 있으며 하우스 오브 엠은 모든 사건의 시작점의 위치에 있다. 그렇지만 필자는 이 두 작품이 비슷한 면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어째서 필자는 이 두 작품이 비슷하다고 하는 것일까? 이 두 작품은 하나의 문제에 대하여 서로 상반된 결정을 하였지만 이 두 결정 모두 다 단점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필자가 말하는 문제라는 것은 무엇일까? 어쩌면 조금 케케묵고 낡은 문제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필자는 이 문제는 항상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과연 다수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하여 소수를 희생하는 것은 괜찮은 것 일까?”
자유에 대한 말은 많다. 오작동이 일어난 잠수함이 원자폭탄을 발사하려 한다. 이 잠수함을 격침하면 모든 피해를 막을 수 있지만 잠수함 내부의 사람은 모두 죽는다.(과학적으로는 방사능이랑 여러 가지 것들이 바다에 퍼지지만 문제의 초점이 다르므로 이에 대하여는 ‘문제없다.’라고 생각한다.) 과연 우리는 다수를 위하여 소수를 희생해야 되는가?
비슷한 문제가 월드워 헐크의 시작점인 플래닛 헐크에서도 일어난다. 헐크는 마블 코믹스의 히어로 중에 당연히 가장 강력한 존재 중 하나이다. 헐크와 비슷한 힘을 지닌 히어로들도 별로 없으면 그를 제압할 존재는 많지 않다. 그런데 이러한 헐크의 최대 단점은 통제 불능이라는 것이다. 언제나 화가 난 이 초록 야수는 언제든 도시에 깽판을 칠 준비가 되어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이러한 성향 때문에 헐크의 다른 인격인 브루스 배너는 헐크를 별로 좋아하지도 않는다. 결국 일루미나티(현실에 동명의 조직과 무관한 단체로 월드워 헐크 당시 프로페서 엑스, 블랙볼트, 닥터 스트레인지, 아이언맨 미스터 판타스틱으로 이루어진 조직)는 이러한 통제 불능의 위험 요소를 제거하기 위하여 헐크를 귀양 보내기로 결정한였다. 물론 헐크의 동의 없이 말이다. 문제는 헐크가 이 일에 동의하지 않았을 뿐 만 아니라 헐크가 평화롭게 살 수 있는 원 목적지와 전혀 다른 검투사 경기가 이루어지는 사카아르 행성에 불시착하게 된 것이다.
당연히 헐크는 이 일로 분노하게 된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고의는 아니였지만 그들이 헐크와 같이 보낸 폭탄이 터지면서 헐크의 분노 역시 폭발하고 헐크는 지구에 복수를 맹세하게 된다. 아이러니하게 그의 통제 불능성에 대하여 그를 혐오하는 다른 인격인 브루스 배너도 이에 반대하지 않는다.
그리고 이로 인하여 일어난 것이 월드 워 헐크이다.
월드 워 헐크는 결국 잠수함을 격침 시킨 것과 같은 일이다. 절대다수의 안전을 위하여 잠수함을 격침시켰으나 그 잠수함에 타고 있던 승무원의 아들이 이에 이를 갈고 다시 원자폭탄을 세계에 발사한 것과 같다. 결국 그 누구의 목숨이라도 함부로 하게 되면 큰일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잠수함을 그대로 나두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일까? 당연히 이렇게 되면 수십만 명이 원자폭탄으로 인하여 죽게 된다. 그것이 바로 하우스 오브 엠이다. 스칼렛 위치의 마법은 현실 조작 능력으로 그 능력은 매우 불안정하고 위험하다. 그렇지만 그녀는 그 능력을 유용하게 히어로 일에 잘 활용하였다. 그가 사랑하는 로봇인 비전이 죽기 전까지는...
어벤져스 디스어셈블드에서 연인인 비전이 죽어버리자 스칼렛 위치는 말 그대로 폭주해버렸다. 제정신이 아닌 상태에서 매우 강력하고 불안정한 그의 마법은 골칫거리가 되었고 어벤져스와 엑스맨이 그녀에 대한 처분을 논의하고 있을 때 남동생인 피에트로(퀵 실버)의 꼬드김에 넘어간 그녀는 결국 뮤턴트가 인간을 지배하는 세계를 창조하게 된다. 이것이 바로 하우스 오브 엠이다. 하지만 불행히도 그저 세계를 창조하게 되는 것으로 끝나으면 좋았겠지만 퀵실버와 매그니토의 언쟁 등으로 인하여 한계에 다다른 그녀는 결국 전 지구의 절대다수의 뮤턴트의 능력을 그 유명한 "NO MORE MUTANTS" 한 마디로 사라지게 한다.
표현을 최대한 부드럽게 하여 사리진 것이지 비정상적인 신체에서 능력 때문에 생명을 유지하고 있는 뮤턴트(후천적인 변형이여서 좋은 예는 아니지만 울버린의 경우 힐링팩터 능력이 없어지면 신체 내부의 아다만티움이 출혈과 상처를 일으켜 죽게 된다.)들은 그 자리에서 바로 죽어 버렸다. 그리고 이로 인하여 더욱더 기세가 높아진 퓨리파이어, 휴먼 카운실, 더 라이트( 작중에 등장하는 뮤턴트의 박멸을 주장하는 기독교 근본주의 단체들: 윌리엄 스트라이커, 카메론 핫지 등이 여기에 속한다.)등의 단체는 뮤턴트들의 대학살을 일으키며 제노샤는 인휴먼과 뮤턴트 그리고 정부 사이의 난전의 대혼란이 일어나게 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뮤턴트라는 종족 자체가 멸종위기종이 되어 버린다.
결국 고의는 아니였지만 잠수함의 사람을 존중하여 원자폭탄을 발사하게 내버려 둔 그 숭고한 대가는 컸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잠수함안에 타고 있었던 스칼렛 위치는 하우스 오브 엠 이후 자신의 기억을 잃고 동유럽의 집시로 편하게 살고 있었다.
그렇다면 무엇이 옳은 결정이였을까?
여기에서 결정을 한다는 것 자체가 이상한 말이다.
결정을 한 다는 것 자체는 이미 폭력적인 이항대립 구조에 머물러 버렸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마블 코믹스 이야기지만 잠깐 디씨 코믹스의 악명 높은 빌런 투페이스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투페이스가 바로 이러한 폭력적인 이항 대립 구조의 상징이다. 투 페이스는 언제나 동전을 던져서 의사를 결정한다. 반대로 그를 가장 쉽게 엿 먹이는 방법은 동전을 여러 개 떨어트려 결정을 못하게 하는 것이다.(게임 아캄시티에서 실제로 휴고 스트레인지가 직접 실현하였으며 이외에도 종종 투페이스를 혼란시키기 위해 쓰이는 방법이다.) 이는 투 페이스는 모든 것을 이분법적인 선택으로 따지지만 실제로 그것이 얼마나 비논리적임을 보여주는 장치이기도 하다. 투페이스는 디씨 코믹스 뉴52에서 진흙에 동전이 박히는 경우를 보게 된다. 즉 1과 2가 아니라 3의 경우가 충분히 있었다는 것을 어느 정도 알게 된다. 그리고 뉴52에서의 그는 동전 던지기를 마지막으로 나타난다. 이 때 동전은 앞면도 뒷면도 아닌 체로 계속 돌게 된다. 투페이스 역시 이 동전이 멈출 때까지 기다리지 않는다. 그리고 이 NEW52에서의 투 페이스는 여타의 다른 투페이스와 달리 매번 하비 덴트와 투 페이스 사이의 동전 뒤집기를 통한 결정이 아닌 다른 선택을 하게 된다. 바로 삶의 포기 즉 자살이다.
설국열차에서도 이와 비슷한 장면이 나온다. 설국열차의 경우 열차의 앞칸으로 전진하여 윌포드를 굴복시키고 길리엄을 지도자로 하려는 커티스(크리스 에반스)를 남궁민수(송강호)가 말린다. 남궁민수는 이 열차에서 그런 것은 별로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는 다른 이들이 열차의 앞과 뒤에만 주목할 당시에 열차의 밖을 생각한다. 사회는 개인들에게 열차 앞으로 전진 혹은 후퇴와 같은 두 가지 선택밖에 주지 않았지만 조금 더 세상을 넓게 보면 제3의 선택, 제4의 선택이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경우 우리의 삶을 디지털이 아니라 아날로그와 밀접하기 때문에 단지 전진 후퇴 혹은 앞면 뒷면으로 나누어질 수 없는 것이다.
예전에 필자가 슈퍼맨 레드선 리뷰에서 월드 워 헐크에서 왓 이프에 대하여 이야기한 적이 있다. 필자는 월드 워 헐크가 많은 왓 이프를 가지는 것은 이러한 이항 대립 구조에 대한 반대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왓이프 중 당연히 더 좋은 결말만 있는 것이 아니다. 플래닛 헐크에서 헐크가 죽고 그의 애인이 살아 지구에 대한 증오로 사카아르 행성의 외계인 군단을 끌고 와서 지구를 정복하는 이슈가 있다. 다른 이슈에서는 헐크가 일루미나티가 계획한 대로 헐크에게 알맞은 행성에 착륙하는 에피소드가 있다. 이 이슈는 결국 헐크에게 행복하게 끝나지만 사실상 브루스 배너는 지구로의 귀환을 포기해야 하였다. 또 다른 이슈에서는 월드 워 헐크의 후반부의 스타크가 위성을 이용한 공격의 계산의 오류로 헐크를 제외한 (스타크 본인을 포함한) 거의 대부분의 히어로들을 죽여버리게 되고 헐크는 홀로 시크릿 인베이젼에 직면하게 되는 결국 헐크만이 지구 최후의 생존자로 갤럭투스의 전령으로 선택받게 된다. 마지막으로 월드 워 헐크 당시에 토르가(토르는 당시에 라그나로크 이벤트로 인하여 월드 워 헐크에 참전하지 못하였다.) 있었다는 왓 이프로 토르와 헐크와 싸우다가 사람들이 위기에 처해있다는 것을 알고 같이 도우며 이후 서로 마음을 풀고 영웅들도 사카아르의 재건을 돕고 헐크도 엉망이 된 도시를 재건하는 데에 힘을 쓰는 꽤나 행복한 결말로 끝나게 된다.
물론 이는 토르가 라그나로크에 휘말리지 않았더라면의 불가능한 조건에서 시작한다. 하지만 굳이 토르를 불러낼 필요가 없었던 것은 아니였을까?
사실 처음부터 나름대로 헐크와 일루미나티가 대화를 해보는 것은 어떠하였을까? 헐크 나름대로의 생각이 있고 헐크도 자신을 위험요소로 보는 사회가 싫었기에 어쩌면 그 사이에서 나름의 타협점을 찾을 수 있지도 않았을까? 엑스맨이나 일루미나티들의 공통점은 가장 중요한 사건의 당사자를 제외한 상태에서 자신들끼리 의논(결정)하려고 하였던 것이다. 그들은 스칼렛 위치와 헐크를 자기 나름대로의 대책만을 찾고자 하였다. 초반부에 자신의 현실조작 능력으로 만든 세계에서 비전과 아이를 가지는 스칼렛 위치는 디씨 코믹스 에메랄드 트와일라잇에서의 몽굴과 사이보그(행크헨쇼)에 의하여 코스트 시티가 파괴된 후의 할 조던이 생각난다. 할 조던은 자신의 거의 전부인 코스트 시티가 파괴되자 자신의 힘인 반지로라도 그것을 구현하려고 한다. 그렇지만 가디언(그린랜턴들의 수호자)은 이를 쓸모없는 일에 힘을 남용하였다고 생각하고 그의 반지를 빼았으려 한다. 당연히 이에 분개한 할 조던은 미쳐서 날 뛰고 결국 힘에 집착하여 자신이 소중히 여기던 동료들도 죽이고 페럴렉스가되어서 날뛰고 만다. 이것이 그 악명 높은 제로아워 크라이시스인 타임의 서곡이 되어버린다. 만약 가디언이 할 조던에게 반지를 반납하라고 강압하지 말고 그가 힘든 상황에 있는 것을 알지만 그에게 이러한 힘의 남용은 좋지 않다고 조언하거나 아니면 할 조던이 자신의 상처를 회복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으면 어떨까.(물론 가디언즈 성격상 간셋 외에는 저런 행동을 하는 게 자연스럽긴 하다) 스칼렛 위치의 경우도 비슷할 수 있다. 자신이 사랑했던 애인인 비전이 사라져 버린 그 세계에서 자신의 능력을 이용하여 비전을 살리고 그 사이의 아이까지 낳는 그러한 세계를 만들되 그 능력이 남용되는 것을 주위의 정신능력자들이 도와주면 자신의 상처를 보듬을 수 있으며 능력을 폭주하지 않으면서 스칼렛 위치를 잘 돌볼 수 있지 않았을까?
어쩌면 이 모든 사건의 원흉은 극단적인 폭력적 이항대립 구조에 있었을지도 모른다. 원자폭탄을 발사할 수밖에 없는 잠수함이 아닌 애초에 원자폭탄이 안 발사되도록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편협된 생각이나 눈앞의 이익에 지나치게 몰두하다 보니 더 좋은 제3, 4의 선택을 놓치지 않았냐는 의문이 든다. 세계는 가끔 소수의 자유를 보장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런 방법을 미쳐 보지 못하고 지나치거나 알면서도 무시하지 않았을까? 그리고 이를 다수를 위한 소수의 희생으로 포장하지 않았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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