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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면 유용한 코믹스 지식들

에르제에 대한 옹호와 비판

by 괴물상자 2020. 8. 2.

한동안 아프고 고생해서 글을 못썼네요.

 

여튼 오늘은 땡땡 작가 에르제에 관한 옹호와 비판에 대해서 올려보도록 합니다.

땡땡이라는 만화 자체가 1920년대에 최초로 나와서 가장 나중에 나온 것도 1980년대이기에(컬러 티비가 나오는 작품이 둘 밖에 없으며 작 중 인물인 해바라기 박사가 최초로 컬러 티비 발명을 시도하는 것이 나옵니다. 물론 결과물은 매우 구렸지만....)

중요한 것은 이렇게 오래된 만화이기에 요즘 시대상의 배경으로 보면 논란이 될 만한 부분도 상당히 많습니다. 하지만 이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이들은 에르제를 옹호하기도 합니다. 필자의 경우 땡땡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이러한 비판이나 옹호의 의견 모두 다 어느정도 설득력과 논리가 있기에 이 모두에 대한 의견을 써보려고 합니다.

 

옹호

 

많은 사람들이 셜록홈즈라는 캐릭터를 들어보고 읽어 봤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실제로 셜록홈즈에서 셜록이나 왓슨의 가치관이 항상올바르다고 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지금으로 봤을 때는 서구 제일주의적인 관점이 많으며(네 사람의 서명에서 원주민의 모습을 괴물 처럼 묘사), 세포이 항쟁과 같이 당시의 제국주의 영국의 옹호, 모르몬 교도 비하, 핑커턴 탐정 사무소 미화등의 논란거리를 가지고 있습니다.(각각 4사람의 서명, 주홍색 연구, 죽음의 계곡, 여담이지만 이렇기에 논란에서 자유로운 셜록홈즈의 장편은 바스커빌 가문의 개밖에 없다.)

그렇지만 그럼에도 사람들이 아서 코난 도일을 크게 비판하지 않는 것은 당시의 시대상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1800년대 후반 제국주의에 의한 침탈과 서구 우월주의가 당연하게 여기는 시대였기에 아서 코난 도일이 당시에 했던 생각은 지금으로서는 옳다고 말할 수 없으나 당대 사람들의 기준에서는 표준적이고 정상적인 생각이였기 때문입니다.(오히려 아서 코난 도일은  단지 인도계 영국인이라고 억울하게 누명을 쓴 이를 자신의 추리 방법을 이용하여 무죄를 증명하는 등 당시의 시대 상으로 보면 오히려 현대인이 보기에 정상에 가까운 축에 속한다.)

땡땡의 모험 역시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땡땡의 모험의 경우 1920년대에 처음 책이 나왔으며 이후에 이러한 시대착오적인 면을 수정한 책들 역시 1950-70년대에 나왔기 때문에 지금의 기준으로 보았을 때는 당연히 비판점이 보일 수 있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어떠한 면에서 본다면 땡땡의 모험은 이러한 격동의 세월 속에서도 나름 시대에 맞추어 변화를 하였고 어떠한 면에서는 상당히 다른 문학 작품보다 앞선 모습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대표적인 예로 푸른 연꽃이라는 작품이 있습니다. 푸른 연꽃의 경우 당시에 흔한 유럽인의 망상 속의 중국인의 이미지를 실제 중국인을 만나면서 동양인에 대한 잘못된 스테레오 타입과 고정관념등을 깬 작품이기도 합니다.

작중에서 유럽인의 중국인에 대한 선입견을 보여주는 등 요즘에도 서양인들이 잘 버리지 못하는 동양인에 대한 스테레오 타입을 상당히 쉽게 버렸음을 볼 수 있다.

특히 최근에도 서양 쪽에서 동양인을 묘사하는 경우에 쓸데없이 브릿지를 넣는 등의 스테레오 타입을 보여주는 것을 보면 푸른 연꽃은 그러한 면에서 오히려 현대의 만화보다고 세련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재미있는 건 단순히 중국인에 대한 편견을 깨서 대단한 작품이 아니라 당대의 제국주의가 당연하다고 여겨지는 사회에서 에르제는 몰래 제국주의에 반대하는 것을 보여줍니다.

푸른 연꽃은 개정판과 원본을 보게 된다면 한문이 여기저기 상당히 많이 적혀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당시 만화 작가들은 동양인이 쓰는 한문을 대충 아무렇게나 그리는 것과 달리 여기에 나와있는 한문들은 제대로 된 한자이며 그 뜻이 나타나 있습니다.

그리고 제일 놀라운 것은 그 내용이 바로 타도 제국주의라는 것입니다.

푸른 연꽃의 개정판과 원본 모두 뒷편의 글자 타도 제국주의를 볼 수 있다.

서구 열강에 의한 침탈과 계몽(어디까지는 서구들의 말에 의하면)이 당연하게 여겨지는 1930년대에 나온 만화라고는 쉽게 믿어지지 않는 내용이기도 합니다. 당연히 검열에 걸렸을 수도 있지만 편집자는 한자를 읽지 못하므로 넘어간 것 같습니다.(당시 이 만화를 본 중국인이나 한국인이 있었다면 상당히 재미있었을 것 같네요... 반대로 일본은...) 

 

또 이렇게만 본다면 무작정 일본에 대한 폄하만을 하는 작품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에르제의 경우 그렇지 않았습니다. 에르제가 국가를 넘어서 사람 자체의 됨됨이는 그 개인에 달려있다는 국가에 의한 인물의 스테레오 타입을 전혀 부여하지 않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예시로 황금 집게발 달린 게에서 나오는 일본인의 경우 땡땡이 마약 밀수범의 단서를 찾는 것을 발견하자 그들의 위험성을 알려주고 도우려 하려다가 잡히는 선한 역할로 등장합니다.

요코하마 치안국 소속 구라키 라는 일본인은 작중에서 땡땡을 위협하는 악역이라기 보다는 선역이지만 악역에게 당하는 희생자 포지션으로 나온다.

 

비판

 

땡땡의 모험이 아무리 옛날에 나온 책이라고 하여서 그 당시에 나온 모든 잘못을 인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또한 이와 같은 면죄부가 작용한다면 어떠한 인종차별적인 책들도 모두 "당시에는 그랬으니까"라는 기준을 적용할 수 있기도 합니다.

또 땡땡의 모험 개정판에서 이러한 옛날의 생각들을 대부분 수정하여 고치긴 하였지만 그렇다고 하여 모든 요소가 제거가 된 것은 아니면 간혹 보면 개정판의 검열에 대하여 의문이 드는 부분도 있긴 합니다.

대표적인 예로 미국에 간 땡땡에서 이러한 모습이 보입니다. 미국에 간 땡땡의 개정판의 경우 개정판의 검열이 어느정도 합리적이라는 생각이 들게 됩니다.

사진과 같이 대부분 주로 단순 노동이나 낮은 위상의 직업을 가진 이들이 흑인으로 나오는 패널이 몇 군데 존재합니다. 에르제는 개정판에서 이것들을 모두 수정하여 백인으로 고쳤습니다.

또한 상당히 야만적으로 묘사되는 미국 갱단의 동양인들 역시 개정판에서는 등장하지 않습니다. 

벨보이 혹은 가사 도우미 등의 낮은 직위의 직업을 하는 이들이 대부분 흑인으로 나온 원본과는 달리 개정판에서는 이들을 모두 백인으로 바꾸었다.
개고기에대한 찬 반 여부에 관계없이 동양인을 상당히 야만적으로 묘사해놓은 원본, 개정판에서는 이 두 인물은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

문제는 다른 개정판에서도 이렇게 같은 수위의 검열을 하여야 되는데 전혀 그러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파라오의 시가만 하여도 백인의 잡일을 도와주는 흑인들이 자연스럽게 등장하지만 이들이 개정판에서 인종이 바뀌거나 혹은 해당 패널은 바꾸는 등의 작업을 전혀 하지 않았습니다.

또한 개정판이라고 하여도 이러한 시대적인 잔재가 남아있는 작품도 있습니다.

바로 콩고에 간 땡땡입니다. 애초에 시대상 벨기에가 콩고를 식민지로 다루는 민감한 시기에 나온 책이기에 어찌보면 내용에 관계없이 존재자체가 논란이 될 수 있는 책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콩고에 간 땡땡도 개정판이 나왔습니다. 여담이긴 하지만 콩고에 간 땡땡의 경우 원본이 상당히 막장of막장이기에 원본에 대한 자료를 찾기가 쉽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몇가지 자료를 찾아본 결과 콩고에 간 땡땡에서 땡땡이 원주민들에게 어비이 나라 벨기에 대하여 가르친다고 하였습니다.

영 위키) 땡땡이 위에 대해 가르치는 것을 개정판에서는 수학을 가르치는 것으로 바뀌었다. 에르제는 훗날 이것을 자신의 잘못으로 탓하기는 하였으나 콩고에 간 땡땡은 이것 외에도 문제가 많다.

문제는 이것 외에도 콩고에 간 땡땡은 문제가 상당히 많은 작품이라는 것입니다.

콩고에 간 땡땡에서 수렵 장면 역시 문제가 상당히 많이 되나 동물에 대한 권리와 인식이 현격히 낮은 당대를 고려하여 이러한 장면을 빼더라도 문제가 되는 장면은 많습니다.(개정판이 나온 시기는 대부분 1950-70년대입니다.)

주로 원주민에 대한 이미지인데, 이 작품에서 원주민에 대한 이미지는 순박하나 약간 멍청하고 어리숙한 이미지가 상당히 많습니다. 어떻게 보면 서양인에 의하여 계몽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원주민을 존중하지 않는 태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외에도 땡땡을 신격화하여 절을 하는 사람 역시 비슷한 맥락으로 볼 수 있습니다.

개정판임에도 불구하고 지나치게 어리숙하게 묘사되는 콩고의 원주민

이렇게 말이 많아서인지 아예 콩고에 간 땡땡은 미국의 리틀 브라운 사에서 출판한 시리즈에서 시리즈에 아예 포함이 되지 않습니다. 여담이지만 콩고에 간 땡땡에서 나오는 인물들은 주역을 제외하면 이후 시리즈에 전혀 등장하지 않기에 또한 이러한 결정을 할 수 있었기도 합니다.

리틀 브라운 사에서 나온 땡땡 시리즈에 콩고에 간 땡땡과 소비에트 편은 없다. 소비에트의 경우 개정판이 원래 나오지 않아서 이기도 하다. 상어 호수의 경우 실제 에르제가 낸 책이 아니라 오리지널 애니메이션을 짜집기 한 책이기에 시리즈에 포함되지 않는다.

또한 초장기에 비하여 그 막장성이 줄었기 때문에 언급이 잘 안되는 것 뿐이지만 땡땡의 모험의 후반부에도 이러한 논란이 될만한 요소들이 충분히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로 중공의 왕족들이 잔인한 처벌을 즐기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며 이러한 것이 서양의 재판보다 열등한 것처럼 묘사되는 검은황금의 나라와 비록 후에 다른 동료가 진실을 알려주자 제대로 알아먹긴 하지만 동료가 알려주기 전까지는 아독 선장의 말을 전혀 알아먹지 못하는 것 처럼 묘사되는 흑인들이 나오는 노예선이 있습니다. 

서구의 재판이 문명적이고 그에 비하여 중공의 왕실은 상당히 야만적이라고 묘사되는 검은 황금의 나라와 동료가 알려주기 전까지 아독선장의 말을 알아 먹지 못하는 노예선에서 등장하는 흑인들

이처럼 땡땡의 모험은 상당히 과거에 쓰였다고 하지만 위와 같이 비난 혹은 비판을 피할 수 없는 장면들이 다수 등장하기도 합니다.

 

사진 출처는 필자에게 있습니다만 상업적 허용 여부는 한국의 솔 출판사와 원판의 경우 카스테르만 미국 개정판의 경우 리틀 브라운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