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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믹스, 그래픽노블, 만화 애니메이션 리뷰및 고찰/미정발

끝 그리고 시작 그리고 대칭...

by 괴물상자 2020. 9. 1.

※ 이 문서는 오메가맨의 스포일러를 함유하고 있습니다.

 

오메가맨 리뷰

우리는 흔히 알파이자 오메가라는 말을 씁니다.

알파는 시작이자 처음이고 

오메가는 마지막이자 모든 것의 끝입니다.

오메가맨은 그들의 부제 The End is Here(여기에서 모든 것이 끝난다)와 같이 무언가를 끝내기 위해서 이는 인물들입니다.

이 책에서 모순적인 대사는 많이 등장한다. 총독 휘하의 군인들은 우리는 친구고 당신들을 해치치 않겠다. 라고 말하면서 죽인다. 오메가맨의 여기가 끝이다 역시 이러한 모순적인 말 중 하나였다.


그렇지만 이 작품은 아주 의도적으로 수미상관 구조로 이루어져 끝이라는 것을 부정합니다.

아주 독자들에게 보란 듯이 정면으로 대칭적인 구조를 배치하여 독자에게 

-끝이 여기라고? 지랄 이건 새로운 시작이야-
라고 패널이 스스로 말하는 것 같은 느낌마저 줍니다.

초반에 카일 레이너는 납치된 상태로 금고 같은 것에 갇혀 복도로 이동됩니다.

그리고 후반부에 칼리스타가 총독을 처형한 후에 매우 흡사한 패널 분할로 카일이 복도를 이동합니다.

이 패널들은 상당히 흡사하면 만화적으로 봤을 때 생략을 해도 전혀 문제가 없을 패널임에도 이를 넣은 것은 다분히 수미상관 구조를 맞추려는 고의성이 엿보인다.

 

초반부 장면이 카일이 오메가맨들과 총독 사이의 협상을 위해 가고 실패한 후의 장면이면
후반부 장면은 카일이 마지막으로 그들에게 또다른 방법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다가 실패한 장면입니다.

초반부 이후의 장면에서 총독이 본보기로 오귀스티 행성의 사람을 3800명 죽이라고 명령한 것은

결국 후반부 장면에서 총독 대신 오메가맨이 새로운 알파가 되고 그와 같은 행동을 할 것을 암시합니다.

초반부 카일을 납치하여 카일을 오메가맨이라고 하자 
카일이 이후 자신의 피로 오메가 기호를 그린랜턴의 기호로 바꾸면서 오메가에 대한 자신의 부정을 나타냅니다.

후반부에서는 총독이 처형되게 내버려둔 카일은 결국 오메가맨의 상징인 오메가 기호를 져버리게 됩니다.

스스로를 오메가맨에서 부정하는 카일 레이너의 모습이 서로 대칭을 이룬다. 하지만 카일이 후반부에 오아가 아닌 성경의 구절을 언급함으로써 카일은 순환의 고리 밖의 세상을 원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개인적으로 이 부분은 수미상관이지만 약간 다른 뜻을 지녔다고 봅니다.

초반부에는 카일은 오메가임을 부정하고 그린랜턴의  오아를 외웁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그린랜턴 오아는

 

In brightest day, in blackest night, No evil shall escape my sight Let those who worship evil's might,Beware my power...Green Lantern's light!
(가장 밝은 낮에도 가장 어두운 밤에도 어떠한 악의 세력도 나의 눈을 벗어나지 못하리, 악의 힘을 숭배하는 이들이여 나의 힘을 두려워하라 그린랜턴의 빛을)

와 같습니다.

이 오아의 말 그대로 카일은 오메가맨을 악의 세력으로 생각하고 있기에 자신이 악임을 부정하고 그들과 싸울 생각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후반부에서는 카일이 오메가 기호를 버린 후에 랜턴 오아를 외우다 no evil 부터 다시 천상의 천사, 천상의 수호자들이 그들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인 성경 구절을 외웁니다. (이 부분은 스페인어 번역이여서 틀릴 수도 있습니다.)

초반부에는 단지 오메가맨들과 자신이 다른 무리였기에 그들을 향한 적개심의 표현이였다면

후반부는 진정으로 자신들이 오메가맨이였으면 했어야 하는 행동을 하지 못하였기에 신에게 용서를 구하며
자신들이 생각한 악(Evil)인 알파가 진정으로 악이 아니였으며 오메가가 진정으로 모든 것을 끝낼 오메가이지 아니였기에


스스로 오메가맨의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여 이 기호를 버렸다고 생각합니다. 

그들은 스스로 오메가맨이라고 믿었지만 그들 역시 알파와 다름이 없었던 행동을 한 것이었다. 총독을 살리는 기로에서 오메가맨은 카일의 뜻에 따라 진짜 오메가맨이 될 수 있었지만 결국 칼리스타가 총독을 죽이면서 오메가맨은 결국 끝내지(오메가) 못하고 새로운 시작(알파)가 되어버린다.


이 책은 결국 순환과 이분법에 대해서 말합니다.

오메가는 알파가 되고 알파는 오메가가 되는 끝이 없음이 계속 됩니다.

하지만 이는 무언가를 알파와 오메가로 나누었기에 그러한 일이 생깁니다.

이러한 알파를 끝을 낸다고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이 문제였을지도 모릅니다.

왜냐하면 처음부터 알파는 오메가였으니까요.

마지막 페이지에 카일은 만화의 패널들이 마치 우리에 갇힌 것 같고 사람들은 그것들이 무언가 야만적인 것인 것 같고 우리는 더 문명화 된 것이라고 느낀다고 합니다. 

마지막 페이지에서 만화의 패널과 간격에 대하여 설명하는 카일: 이 책이 만화책임을 고려하면 중의적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패널들은 만화의 시공간을 가르고 정서의 거리 시간의 흐름등을 나타냅니다.
하지만 만화에서 이러한 문법은 대부분은 다수의 패널의 배치를 통해서 파악할 수 있지 개별의 패널로 파악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즉 만화의 패널들은 사실 독립적이지 않고 서로 분리되는 것이 아닙니다. 더 나아가 이 만화는 마치 현실과는 관련이 없는 미개한 것이라고 여기지기 쉽지만 사실 그것들이 현실을 투영하고 있다는 것을 알려줍니다.

이것은 중의적인 뜻으로 해석되는데
작품의 주제에 맞게 본다면 무언가를 구분하고 그것에서 자신이 우월하다는 것을 느낀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된다는 뜻이지만 메타적으로 이 책이 만화책이라는 것을 고려한다면 이 책의 순환과 구분의 주제의식이 단지 판타지 속의 세계가 아닌 현실에서의 일이기도 하다는 것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결국 구분과 판정이 얼마나 나약한 일인지 이 책은 그 과정을 알파와 오메가의 고리를 통해 증명해냅니다.

아이러니하게 이 만화의 마지막 패널은 베가 행성계와 위원회 중 카일이 어느 소속인지 물어보는 말풍선을 카일의 목의 흉터 아래에 배치하면서 구분이라는 것이 무의미하다는 것을 구분으로 보여줍니다...

아니면 어쩌면 이러한 대답을 무엇이라고 명확히 '구분'하려는 시도를 하는 독자의 행동의 무의미성을 보여주려고 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여담: 정말 이걸 지은 작가는 천재...

...

 

역시 톰 킹은 이중인격이 분명하다...

 

여담2: 물론 히어로즈 인 크라이시스가 희대의 거지같은 졸작은 맞지만

 

카일이 여기에서의 일에 상당히 마음 아파하여 성경 구절을 외우는 건 인상적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