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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믹스, 그래픽노블, 만화 애니메이션 리뷰및 고찰/미정발

상처의 유산

by 괴물상자 2022. 7. 30.

 

※ 미들 웨스트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최근에 들어 실제 사회적 문제에 처한 사람들을 다루는 매체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은 이중 정말로 사회 문제의 그 내용을 다루기 보다는
단순히 해당하는 사회 문제자가 나쁘다는 어떻게 보면 '무의미한 피해자 감싸기' '가해자 때리기'로 끝이 납니다.

그리고 자 우리 '가해자가 처벌 받았으니까' 모두 행복하게 끝내요, 혹은 최악의 경우 '이 가해자도 사실 피해자니까
우리 사이좋게 지내요' 식으로 대충 얼버무리는 식이 많습니다.

미들웨스트는 아버지의 폭력에 시달리는 소년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어느 날 배달 약속을 제대로 지키지 못한 소년 아벨은 아버지를 분노하게 만들고 아버지는 폭풍으로 변합니다.


아벨은 이 과정에서 폭풍 형태의 아버지한테 공격받고 이에 몸에 이상한 문양 같은 상처가 생깁니다.

그리고 아벨의 이야기 즉 미들 웨스트의 내용은 아벨이 이 몸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한 여정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아벨의 몸의 상처는 치유되지 않습니다.
이렇게 말씀드리면 이걸 맥거핀이라고 여기실 수 있지만 사실은 그 반대입니다.

아벨의 몸의 상처는 매우 중요한 것이고
무엇보다 이 상처가 이 만화가 끝이 날 때까지 치유되지 않았다는 것 역시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이 만화의 경우 비유법이 많이 쓰입니다.

 

일본 만화 나만이 없는 거리 역시 같은 주제를 다루는 만화지만

해당 만화는 타임리프라는 설정을 제외하면 일말의 판타지도 없는 아주 현실적인 배경을 통해 도움을 주는 사람의 입장에서의 도움을 주는 방법과 그것이 피해자에게 어떤 의미하는 것을 보여준다면

 

미들 웨스트의 경우 반대로 판타지적인 요소가 작품 곳곳에 있으며 작중 세계관에 대한 특별한 설명을 하지는 않지만

오히려 이러한 판타지적인 요소를 이용하여 비유적으로 주제를 담아냅니다.


아벨의 아버지가 폭풍으로 변하는 것은 가해자가 폭력을 휘두르는 모습을 은유합니다.

그렇기에 아벨이 찾아간 할아버지도 이러한 상처가 있다는 것은
가정폭력에서 흔히 말하는 되물림의 단계를 의미합니다.

이런 할아버지를 극도로 증오한 아벨의 아버지가 자신은 아벨의 할아버지처럼 되지 않겠다고 결심하나

무너지는 가정 속에서 그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아벨의 할아버지와 닮아가는 것과
그리고 작중 아벨 역시 누구의 도움도 없었을 때 이러한 아버지를 닮아가는 모습은 
가정 폭력이 되물림 되는 것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이 폭풍에 의해 남은 상처는 가정폭력에 의한 돌이킬 수 없는 마음의 상처를 의미합니다.


그렇기에 여기에서 중요한 이 상처가 치유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마음의 상처는 쉽게 치유되지 않습니다. 때로는 치유되지 않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런 사실을 대부분의 사람은 잘 모릅니다.
작중에서 이것이 잘 드러나는 인물 중 하나는 바로 매기 할머니입니다.
어떻게 보면 상당히 현실적이고 있을 법한 좋은 사람 보여줍니다.

이 할머니는 처음에 아벨이 상처를 치유하도록 도와준다고 합니다.
하지만 어느정도 아벨이 매기의 서커스간에 익숙해진 뒤 자신이 아벨을 치유하겠다고 하다
실패하고 아벨이 폭풍모양으로 매기의 서커스간을 휩쓴 이후에는
바로 아벨이 위험하기에 더 이상 같이 지낼 수 없다고 합니다. 

정작 이 시점에서 아벨은 자신이 다시 폭풍이 되었고 같이 즐겁게 지내던 서커스단을 박살낸 것으로
스스로를 자책하고 쓸모없고 위험하다고 여기면서 실제로 그 누구보다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할 때
매기는 아벨을 버려버립니다.

 

작중 여우의 말대로 매기는 아벨을 보고 믿고 따르라 했지만 아벨은 그 말대로 했지만 아벨이 제일 도움이 필요할 때

아벨과 함께 있어주려 하지 않습니다.


가정폭력에 있는 사람을 돕는 다는 것은 힘든일입니다.
미들 웨스트의 경우 매기가 이것을 보여줍니다.

매기는 나쁜 사람은 아닙니다. 아벨을 도와주려고 한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것이 더 안 좋은 결과를 낳고 말았습니다.

가정폭력뿐만이 아니라 사회적 문제가 있는 사람을 돕는 것은 쉽지가 않습니다.

 

사회적 문제에 처한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은 대부분 이런 "상처"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상처"는 그 사람들이 힘들어하는 주 이유이자 그들이 다른 사람으로부터 도움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사람들은 사회적 문제가 있는 사람들을 동정하고 돕고 싶어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그들이 무해하다는 것이 보일 때입니다.

그 사람들은 무해한 사람을 돕고싶은 것일 뿐 그 사람들의 "상처"까지 감당하고 싶어하지 않습니다.
가정폭력에 처한 아이가 되물림 받은 폭력의 행동이 안 보일 때
학교폭력에 노출된 아이가 학교에서 자신의 지위를 위협하지 않을 때
장애인이 비장애인과의 의사소통과정에 문제가 일어나 자신이 처한 집단의 이익에 손실을 줄 때

그저 무해한 사람들을 돕고 착한 척을 하고 싶은 것입니다.
정작 "상처"를 보여주는 등 정말로 그 사람들이 도움을 필요하는 손을 내밀 때
사람들은 이러한 사람들을 외면하고 버려버립니다.

그리고 미들 웨스트에서 이렇게 버려진 아벨이 
메기 할머니의 말을 무시하고서 자신을 도와주러온 바비를 만나기 전까지 폭력행동이 악화된 것 처럼

사람들에게는 이렇게 버려지면 더 마음의 문을 닫고 폐쇄적으로 변하고
상처는 커집니다. 

 

하지만 다행히도 아벨에게는 바비가 그리고 목장의 아이들이 같이 서로를 믿고 있어주기에 아벨은  자신의 상처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의 아버지처럼 변하지 않습니다.


미들 웨스트의 결말에서 어떻게 보면 이 모든일의 원인인 아버지의 경우 특별히 처벌을 받지는 않습니다.
그렇다고 흔히 말하는 아버지와 아들의 훈훈한 재회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아벨은 할아버지를 통해 아버지를 이해합니다. 
그냥 그것이 전부입니다.
아벨은 그것을 통해 아버지를 동정하거나 공감하지는 않습니다.
아벨의 아버지가 자신을 사랑했다고 했을 때는 오히려 분노합니다.


그리고 아버지가 자신과 함께 다시 시작하자는 말을 거부합니다.

그리고 메기와 서커스단 그리고 공장 친구들이 같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아버지는 무언가 깨달은 바가 있는 듯 그런 아벨을 그냥 보내줍니다.

어떻게 보면 되물림 된 가정폭력을 받은 
가해자가된 피해자에 대해서 상당히 묘사를 잘 했다고 생각합니다.


무조건적으로 그가 피해자라고 해서 동정표를 독자들에게 유발하지 않도록도 하면서 
그가 아벨을 사랑했음에도 어떻게 할아버지에 의해서 그렇게 되었는지만 보여줍니다.

이런 가해자들은 어떻게 보면 절대 미화되어서도 안 될 존재이지만
그런 동시에 피해자이자 무조건 적으로 돌을 던져서도 안된다는 그냥 이해가 필요한 존재라는 것을 보여줍니다.


이 만화는 결국 가정폭력에 의한 마음의 상처에 관한 내용입니다
만화의 결말에서 이전에 말씀드린 것 처럼 상처는 치유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아벨의 상처는 몸 전체적으로 퍼집니다.


그렇지만 결말부에 아벨은 더 이상 상처가 있다는 것을 그리고 치유하는 것에 더 이상 연연하지 않습니다.
정말 중요한 것은 자신에게 마음의 상처가 아닌 자신 곁에 자신과 함께해줄 누군가가 있다는 것입니다.

상처는 나을 수 없지만 그들은 사람들의 손을 잡고서 상처를 잊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