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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믹스, 그래픽노블, 만화 애니메이션 리뷰및 고찰/크라이시스 및 크로스오버

코믹스의 암흑기에 독자들을 늘리는 안 좋은 방법: 제로 아워 크라이시스 인 타임

by 괴물상자 2020. 6. 25.

※ 이글은 제로아워 크라이시스인 타임과 시크릿 엠파이어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간단요약 리뷰: 캐릭터는 훼손되고 스토리는 엉망이고 내용은 쓸데없이 복잡하고 추상적이고... 좋은 점이 있기는 하나...?

 

 

 

저번에 택배로 온 책들 중에서 가장 재미없게 읽은 것을 꼽자면 너무 당연하게도 제로 아워 크라이시스 인 타임입니다.(이하 제로 아워) 물론 다른 책들이 입문자 용으로도 적합하고 팬들이 좋아하는 작품이기도 하지만 그와 별개로 제로아워가 압도적으로 안 좋은 작품이라는 것도 한 몫을 합니다.

당시 이 제로아워의 여파는 상당히 강하여 심지어 할 조던의 히어로 복귀를 원하는 H.E.A.T(Hal's Emerald Attack Team)라는 인터넷 서클까지 만들어졌습니다.(지금으로 치자면 별거 아닌 듯하지만 H.E.A.T는 필자가 태어나기도 전에 만들어졌습니다. 당시의 열악한 인터넷 환경을 고려하면 지금과 같이 많은 사람이 모이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이 인터넷 서클에는 몇몇 프로 작가들도 속해 있었고 그 중 필자가 상당히 좋아하는 작가인 커트 뷰식(시크릿 아이덴티티, 마블즈의 저자)도 속해 있을 정도로 이 규모는 상당했습니다.

 

지금은 사이트가 망가져서 이 대문과 몇개의 카테고리를 제외하면 광고가 계속 튀어나오는 등 여러모로 컴퓨터 건강에 접속하는 것이 해롭다. H.E.A.T에 대하여 궁금한 점은 나중에 H.E.A.T에서 접속 가능한 카테고리만 캡쳐한 사진을 나중에 올리도록 하겠다.

https://freak-1n-the-b0x.tistory.com/entry/HEAT%EB%8A%94-%EB%AC%B4%EC%97%87%EC%9D%BC%EA%B9%8C

 

H.E.A.T는 무엇일까

H.E.A.T의 기원 90년대에 DC는 대규모의 히어로 세대 교체에 들어갑니다. 이 세대 교체는 일부 메이저 인기 캐릭터들에게도 그리고 모두 적용이 되었습니다. 현재 특히 잘 알려진 플래시 ( 배리 앨

freak-1n-the-b0x.tistory.com

H.E.A.T가 궁금하신 분은 이글을 참조 바랍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제로 아워는 어떤 작품이길레 이렇게 까지 팬들의 반발을 일으킨 것일까요? 제로 아워를 이해하기전에 비근한 예시를 하나를 들도록 하겠습니다. 바로 시크릿 엠파이어 입니다. 

시크릿 엠파이어와 제로 아워를 완전히 동일 선상에서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이 두 작품을 싫어하는 사람들이 꼽은 이 구두 작품의 단점은 바로 캐릭터성의 붕괴입니다. 사람들에게 인기와 사랑을 받아왔던 그린랜턴인 할 조던이 타락하여 갑자기 세계를 재창조하고자 한 것과 미국의 이상 자유와 정의의 수호자인 캡틴 아메리카가 하이드라가 되는 것은 각 캐릭터의 팬으로서 납득이 가는 전개가 아니었죠. 

재미있는 건 제로아워와 시크릿 엠파이어 모두 이러한 캐릭터 변화가 당시의 시대상을 어느 정도 반영하였다는 것입니다. 제로아워의 경우 무조건 논란 거리가 될만한 것들을 뽑으면 출판 부수가 늘어난 다는 것을 알게 된 만화 회사들이 많은 캐릭터들을 소모적으로 이용한 하나의 예시 입니다. 제로 아워가 출간된 90년대에 DC 코믹스는 슈퍼맨의 죽음을 통해서 큰 사건이나 이목을 끌만한 것들을 이용하면 매출량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것을 알고 배트맨의 허리를 부러트려 불구로 만드는 등(배트맨: 나이트폴1993~1994)의 이슈를 출간합니다. 배트맨의 허리와 슈퍼맨의 생명은 사실 캐릭터를 육체적으로 망가트렸지만 그 캐릭터의 가치를 훼손하지는 않았기에 제로 아워만큼 말이 많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편집부에서는 이를 모르고 할조던을 타락시키는 도를 넘은 행동을 하게 된 것입니다.

시크릿 엠파이어의 경우 2016년 트럼프의 대선 성공에 의하여 일부 작가들이 이를 상당히 비판적으로 보고 미국의 자유와 이상이 죽었다고 생각하여 미국의 상징인 캐릭터를 정치적으로 해석하여 캡틴 아메리카를 캡틴 하이드라로 바꾸게 됩니다.

이렇게 보면 두 작품 모두 캐릭터를 훼손시킨 망작이라고 볼 수 있지만 사실 제로 아워와 시크릿 엠파이어는 결정적으로 핀트 하나가 다릅니다. 바로 대중 예술에서 재일 중요한 재미 입니다.

비록 시크릿 엠파이어가 캡틴 아메리카의 캐릭터 성을 훼손시켰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용이 흥미진진하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캡틴 마저 하이드라가 된 암울한 세계에서의 히어로들의 고군분투를 나름 잘 묘사하였으니까요. 시크릿 엠파이어가 캐릭터 성 말고 혹평을 받은 이유는 캡틴이 하이드라가 된 것이 현실조작도 세뇌도 아니다고 먼저 공개하였으나 사실 일종의 코스믹 큐브를 이용한 현실조작에 의하여 바뀌었다는 등 자신의 할 말을 제대로 지켜내지 못한 것이였고 닉 스펜서 작가가 주로 스파이더맨 시리즈를 다루다 보니 이러한 대형 이벤트를 잘 다룰 줄 모르는 경향이 있기에 규모가 큰 이벤트임에도 내용전개는 조금 소규모적으로 일어나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그렇기에 시크릿 엠파이어는 수작이나 걸작 반열에는 확실히 못들지만 그렇다고 무조건적으로 망작이라고 칭할 수는 없습니다.(물론 또 평작이라고 하기엔 캐릭터성이 붕괴된 이들이 너무 많긴 하지만...)

 

시크릿 엠파이어에 대하여 여러가지 말들이 있지만 현재 대부분 독자들이 처음 발매되었을때 만큼 싫어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제로 아워는 어떠할까요? 농담으로도 재밌다고 할 수 없습니다. 크라이시스 특성상 원래 이야기가 크긴 하지만 제로 아워는 정말 기본적으로 본편에서 다루어야 할 것들 (타락한 할 조던과 마지막 결투는 제로 아워가 아닌 카일 레이너의 그린랜턴 이슈에서 나옵니다.) 조차 제대로 다루지 않습니다. 인피닛 크라이시스만 하더라도 스케일이 크긴 하지만 작중에서 확실히 끝날 부분은 끝나며 뜬금없이 "~의 최후는 ~시리즈에서 보세요" 같은 대사는 없습니다. 더군다나 제로아워의 경우 근본 자체가 글러먹은 부분도 존재합니다. 제로 아워의 이야기 자체가 아마겟돈 2001이라는 스토리와 이어지는데 아마겟돈 2001의 스토리에서 흑막인 모나크의 정체는 캡틴 아톰이였지만 이 스토리가 유출되자 DC는 어거지로 모나크의 정체를 갑자기 도브로 변경하면서 스토리가 엉망으로 변해버렸습니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는 속담처럼 이러한 아마겟돈 2001의 스토리를 기반으로 하고 만들어진 스토리가 제로 아워이기에 이 제로 아워 역시 스토리가 엉망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여담: 그렇지만 2004년에 G모 작가가 그린랜턴 리버스로 이 회복불능할 것 같은 구정물을 청정수라고 바꾸는 마법을 보여주었다...)

 

아마겟돈 2001은 90년대 코믹스의 암흑기나 코믹스의 흑역사를 언급할 떄 빠지지 않는 작품이기도 하다.

 

이렇게 된다면 액션씬이라도 호쾌하고 그냥 읽다보면 전투 하나 하나가 재미있는 그러한 면이라도 있어야 하는데 그러한 면 조차 제로아워는 없습니다. 제로 아워는 시간에 관한 개념을 다루기에 상당히 내용은 복잡한데 내용이 복잡하기만 하고 일어나는 현상들은 오로지 작가 맘대로입니다. 또 시간에 관하여 다루기에 내용이 복잡하지만 그렇다고 스토리가 그랜트 모리슨의 파이널 크라이시스처럼 심오한 내용이나 개념에 관한 은유라고하면 그렇지도 않습니다. 

 

또 이 작품은 정말 사소한 면에서까지 비판 거리를 제공합니다. 할 조던이 페럴렉스가 되는 것이 이 작품의 반전 포인트라고 본다면 이 작품은 표지 부터 대놓고 변한 할 조던을 보여줍니다.... 2001 아마겟돈때는 그렇게 스토리 유출에 민감하게 반응해 무리수를 두면서... 이건 또 왜 이렇게 둔감한건지...

 

어떻게 보면 90년대 암흑기의 코믹스의 폐혜를 가장 잘 보여주는 어떠한 면에서는 역사적인 작품인 것 같습니다. 내용이나 작화와 같은 만화의 본질을 벗어나 오로지 이목만을 끌어서 판매량만을 높이겠다는 안일한 생각으로 작품을 쓰면 어디까지 망가질 수 있는지 몸소 보여준 예시가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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